돌봄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협상이 이루어지려면 경청이 필요하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학생이 되는 것이다. 교사는 그들이 가르치고자 하는 학습 내용을 학생들에게 제시할 때 오히려 가장 잘 배운다. 마찬가지로 고민이 있는 사람도 민감하게 들어주는 사람에게 털어놓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깨닫게 된다.

 잠시 각자의 경험을 되돌아보자. 나의 이야기를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들어주는 사람이야말로 한없이 귀한 선물이 아닌가? 돌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말할 기회가 있다면 그것은 복이다. 애초에 나에게도 이야기가 있음을, 우리는 경청하는 사람을 통해 깨닫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이 있다.

 누군가가 "더 말해주세요. 정말 알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내 삶이 독특하며 내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여태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것임을 깨닫는다. 그제야 사건과 사건의 연관성을 보게 되고, 나를 지금 이 자리까지 데려온 어떤 흐름과 틀을 알게 된다. 비로소 자신을 충분히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인간 실존의 모자이크에서 독특한 한 조각을 구성한다는 걸 믿으며, 자기가 기여할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받은 선물을 누군가의 경청을 통해 깨닫는다. 이미 우리는 감사할 만한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이 굴곡과 갈등으로 가득찬 삶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경청이란 그저 동정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정하게 "응, 그래"를 반복하는게 아니다. 경청은 두 삶의 만남을 인식하는 매우 능동적인 행위다. 경청할 때 나는 그저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가지고 듣는다. 상대의 독특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특권이다. 그 이야기의 독특성이 드러나는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의 한정된 이야기에 대비되어서다.

 내 이야기는 살아 있는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다.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비로소 상대의 이야기에 슬프게든 기쁘게든 놀랄 수 있고, 내 삶의 중심으로부터 반응할 수 있다.

                                                                                                헨리 나우웬, 돌봄의 영성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