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성경은 이 물음에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말로 인간을 정의합니다.

​이 말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나를 죄인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여기며 열심히 추구해온 것들이 아무 소용없고 무의미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에 빛을 던져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복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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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바울은 말합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16절).

​예수님을 만나기 전, 하나님의 구원, 메시야의 도래를 간절히 기다리는 경건한 유대인이었던 사도 바울은 복음을 부끄러워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혐오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는 하나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구원은 온다! 메시야가 오는 시기는 나에게 달려있다! 율법이 완성되면 하나님도 어쩔 수 없다!’

​이렇듯 자신의 노력과 공로를 믿은 사도 바울에게 복음은 그저 부끄럽고 유치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한 사실, 이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복음은 모든 믿는 사람에게 부어지는 은혜입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려는 하나님 섭리요, 능력입니다. 아무 자질이 없어도, 뛰어나지 않아도, 자랑할게 없어도 모두 다 구원받습니다.

​왜냐하면 구원은 은혜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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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복음은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주신다”는 진리입니다.

​그런데 이 진리 속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과 같이 믿음과 구원을 너무 도식적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단순히 마음먹는 것이 아니요 이해하고 수긍되는 것도 아닙니다. 믿는다는 것은 믿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믿음과 구원은 상호적입니다. 이 믿음으로 우리가 구원받는 동시에 구원받은 우리 믿음은 굳건해 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믿음은 또한 고백입니다. 신뢰이자 감동이고 감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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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바울은 또한 말합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합니다”(17절). 이 복음을 통해 비로소 드러난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의입니다.

​사도바울은 하나님의 의를 ‘디카이오쉬네 데우’ 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는, 의롭다, 의로움 등의 뜻으로 독립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사실 하나님의 의는 히브리어에서 시작된 말로 “쯔다카”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상당히 관계적입니다.

​예를 들어, “쯔다카의 하나님”은 “홀로 의로우신 하나님”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하나님, 나를 기억하시는 하나님, 나에게 신실하신 하나님에 가까워집니다.

   오늘 말씀에 이 하나님의 의가 나옵니다.

​나와 관계된 하나님의 의는 바로 십자가의 희생에 있습니다.

​죄 값을 묻지 않고 죄인을 받아주시는 하나님, 이것이 하나님의 의입니다.

​하나님의 의를 깨달을 때 우리는 믿을 수 있습니다. 믿음이 생기면 더 깊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그 깊은 하나님의 마음에서 우리는 사랑을 발견합니다. 희생을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이 믿음에 믿음을 더합니다. 믿음에서 믿음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복음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믿음에 믿음을 더하십니다.

​피상적인 믿음에서 구체적인 믿음으로! 듣던 믿음에서 경험하는 믿음으로! 알고 있는 믿음에서 실천하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또 다른 차원의 믿음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십니다.

​나만 생각하는 믿음에서 이웃을, 교회를 돌아보는 믿음으로, 믿음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