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생을 길에 많이 비유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평탄한 길을 걷기도 하고 가파른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길 위에서 잠시 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불안하게 갈수도 있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 결정을 못하는 길 위에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나온 길도 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도 있습니다.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길은 우리에게 당위를 이야기 합니다.

​계속 한곳에 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길 위에 있다는 것은 내 앞에 놓여있는 상황 속으로 진입을 의미합니다.

​본문은 이런 새로운 상황에 진입한 야곱의 처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금 야곱이 걸어가고 있는 길은 가장 어두운 길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를 속이고 도망가는 이 길에, 자기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형에게 쫓겨 달아나는 이 길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야곱에게 이 길은 무섭고 두렵고 비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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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상황가운데 야곱이 이 길을 걷게 된 목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야곱이 하란에 있는 외삼촌 집을 향해 걷고 있지만, 그곳이 그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곱의 최종 목적지는 ‘피할 곳’입니다.

​자신을 안전하게 해 줄 ‘피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불안하게 걷고 있는 야곱의 마음은 너무 무겁기만 합니다.

​야곱은 지금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음성도 없고, 사명도, 확신도 없습니다.

​살아 보려고, 어떻게든 이 고비만 면해 보려고 도망칠 뿐입니다. 목적이 사그라진 삶은 에너지를 잃고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뭔가 의미가 있을 때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데 야곱이 나선 길은 희망이나 소망을 만들어 내는 의미구현이 부족합니다.

​야곱은 그 길을 그렇게 걸었습니다. 아무 희망도 없이, 목적도, 성과도 없이... 하나님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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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비참한 심정으로 걷던 야곱은 어느 한 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본문은 그때의 상황을 “한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라고 말합니다(11절).

​바로, 야곱의 상황과 처지를 가장 잘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브엘세바에서 이곳 루스까지 비참함과 수치심으로 뒤엉켜 내리막길을 걸어온 야곱은 주섬주섬 자갈밭을 고릅니다.

​그리고 돌 하나를 베개로 삼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런 야곱에게 말씀하십니다.

“야곱아! 이제 나는 너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내가 너의 할아버지 아브라함을 인도한 것처럼 너를 인도해 줄게! 네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이었던 것처럼 너의 하나님이 되어줄게!”(13-15절). 야곱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야곱은 지금까지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할아버지의 하나님, 아버지의 하나님에 대해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나의 하나님이 아닌 그저 들어 알고 있는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런 하나님이 이제 두렵고 외로운 야곱에게 그 누구의 하나님이 아닌 야곱의 하나님이 되어 주시겠다고 직접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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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야곱은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야곱의 하나님은 추상적인 하나님, 일상적인 하나님, 진부한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정말 특별한 자신만의 하나님이 되어 주신 것입니다.

​나와 대면하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 이론이 아닌 실제로, 역사가 아닌 현재로, 꿈이 아닌 현실로, 야곱은 하나님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