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가나에 혼인잔치가 있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혼인잔치는 기쁘고 즐겁습니다. 옛날에는 혼인잔치가 동네잔치였습니다. 커다란 장막들이 쳐지고, 그 아래에 풍성한 먹을 것들이 차려집니다.

​차려진 상 사이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고, 아주머니들도 음식을 만들면서 연신 깔깔대고 웃는 정겨운 날이었습니다.

​이런 혼인잔치의 즐거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습니다. 무더운 지역인 이스라엘의 혼인잔치는 저녁에 시작됩니다.

​집안 곳곳에 횃불이 켜지고 한쪽에서는 악기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하객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함께 흥겨운 노래도 하고 손을 잡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한 가나 혼인잔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이스라엘의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포도주입니다.

​포도주가 잔치 구성의 핵심으로, 잔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철저하게 정성껏 준비한 포도주가 동이 났으니 아주 난감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다급한 상황을 가장 먼저 눈치 챈 마리아는 당장 예수님께 달려가 그 사실을 알렸지만,예수님은 뜻밖의 대답을 하십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나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4절).

마리아의 기대와 예수님의 대답이 어긋났습니다.  ​마리아는 당장의 해결을 원하지만, 예수님은 더 높고 먼 곳을 보십니다. 훨씬 궁극적인 것이 예수님의 관심입니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이 말씀은 본문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이때는 하나님이 정하시는 시점,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하나님의 시간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간을 직접 만들어 가십니다.

​즉, 상황을 주시하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주무르고 변경하고 직접 이끌고 가십니다. 예수님이 정하시면 바로 그 시간이 그때가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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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위치는 예수님의 공생애 시작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가나 혼인잔치에서 이 땅에 오신 이유와 목적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11절).

​공생애 첫 시작부터 예수님은 그의 영광을 드러내 예수님을 믿게 하는 목적을 분명히 보이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시끌벅적한 혼인잔치 한 가운데에서 사역을 시작하시지만 훨씬 뒤,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를 미리 보고 계셨습니다.

‘예수라는 분이 누구인가? 과연 저 분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나는 예수님을 어떻게 믿고 있는가?’ 바로 이 질문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1:1),

​여기에서부터 복음은 일관되게 진행되어 예수님과 관련된 모든 사건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 복음의 방향을 보여주시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목적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복음의 사건을 이 잔치 집에서 시작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이 잔치집이 예수님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잔치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을 특별히 눈여겨보십니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어느 누구도 관심 없는 이 하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물을 아귀까지 부어라, 그리고 그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어라!” 이해되지 않는 말씀에 순종할 수 있도록 예수님은 하인들의 마음을 붙들어 주십니다.

​그리고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지극히 정교하리만큼 보여 주십니다. 콸콸 쏟아지는 최상급 포도주를 보면서 이들은 천천히 예수님을 보았을 것입니다.

‘아~ 저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구나. 저분이 나를 만나주셨구나.’ 하인들의 영혼 깊은 곳이 변해갑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것처럼 하인들의 인생의 모든 과거와 현재가 이제 예수님을 통해 변화됩니다. 이들의 인생이 맹물에서 포도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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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