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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증스러운 기도 집어치워라!

                                                                                                                                                                                                                                                                                                                                                             2018년 10월 19일(204호)

 나는 결혼에 대해 기도한 적이 없다. 딱히 조건도 없어서 그저 교회만 다니면 되었다. 남편과 첫 만남에서 나는 거두절미하고 교회에 다닐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먼저 주일에 전화해서 교회에 같이 가자고 했다. 누구는 단 믿는 집에 선교하러도 간다는데, 이게 웬 복인가 싶었다.

 남편은 정말 성실하게 교회에 나와 주었다. 결혼 후 마음이 바뀌어 교회에 안 다니면 안 살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말고는 교회를 빠진 적이 없다. 내가 벤쿠버에 가 있던 7년 동안에도 남편은 혼자 교회를 다녔다. 그런데 내가 기도한 대로 정말 교회만 다녔다.

 부부로 살면서 살등하지 않는 부부는 없겠지만 나는 자격지심 때문에 남편이 조금만 내 자존심을 건드려도 파르르 떨었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일에 짜증내고 화를 내도 남편은 참 무던히 참아 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냥 참아 주는 것도 싫었다. 서로 마음이 어려울 즈음, 나는 벤쿠버로 떠났다. 그렇게 떠났으니 당연히 좋은 말이 오갈 리 없었다. 수화기 넘어로 냉랭함만 확인할 뿐이었고, 나는 이혼을 생각했다.

 '이렇게 떨어뜨려 놓으신 건 이혼하기 편하라고 그런건지도 몰라. 그렇다면 여기 사는 동안 정리하는 게 낫겠지? 한국도 아니니까 시끄러워도 덜 시달릴 거고!' 나는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하나님께 허락은 받아야겠기에 승낙이 떨어질 때까지 기도하기로 했다. 매일 시간을 정해 기도했다. "하나님, 이 사람 저랑 살기 너무 힘들 거에요. 저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제가 이 사람의 행복을 막고 있잖아요. 하나님, 이 사람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요."

 나는 그렇게 한 달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기도를 반복했다. 나 같은 여자 만난 남편이 불쌍하다고, 안됐다고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꽤 오린 시간이 흐르는데도 답이 없으셨다. 내가 응답을 받아야 이혼하겠다는데 도대체 왜 이러시나 싶었다. 하나님은 무조건 내 편이니까 오케이하실 거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 이 사람"하는데 갑자기 벼락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 가증스러운 기도 집어치워라!" 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동시에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나를 드러냈다. "네, 하나님, 저 이 남자 실허요. 저랑 안 맞아요. 그래서 헤어지고 싶어요. 이게 제 본심이에요."

 내 속에 숨겨둔 진심을 토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꺼이꺼이 울었다. 그동안 거짓으로 기도한 내가 창피했고, 내가 얼마나 교만하고 위선적이고 가식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간 드린 기도는 내가 들어도 역겨웠다. 나는 다시 내 속마음을 열었다. "하나님, 이제야 제 속을 털어놓네요. 전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제 남편이 저를 버린 것처럼 위선을 떨고 싶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제 편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제 속마음을 숨기고 정말 가증스러운 기도를 했네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제 주님, 다시 해볼게요."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다시 해보겠다고? 그럼 이혼은?' 내 입을 막았다. 내가 지금 무슨 기도를 하는 건가! 그때 하나님이 십자가를 보여 주셨다. "이게 뭐죠?" 한쪽에 십자가들이 무수히 버려져 있었다. "다들 지고 가다가 버리고 간 십자가란다. 저 십자가를 누군가 또 져야 하지 않겠니?" "주님, 제가 한번 해볼 게요. 제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갈게요."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 하나님은 내 입에서 이런 고백이 나오길 기다리셨다. 우리는 자신을 가리고 있는 가면과 가식을 벗어던질 때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이 응답하시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듣고 싶어하는 응답이 아니어서 계속 내 뜻대로 답이 되어지길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남편과 종종 갈등한다. 하지만 주님 안에서 변화될 남편을 기대하므로 예전처럼 속상하지 않다. 내가 오늘보다 내일 더 예수님을 닮아 가는 만큼 남편도 그럴 것이므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이성미,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