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편/지/

자기 정죄적인 목소리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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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6월 27일(171호)

 굴딩Goulding이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이분은 우리가 아동기에 들었던 금지명령이 성장한 후에도 계속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모두 우리에게 상처가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지명령은 자율성을 발달시켜야 할 유아기에 자율성이 이루어지지 못할 만큼 심각했던 것을 의미합니다. 어릴 적 들었던 이러한 반복적인 아홉 가지 금지명령은 내면화되어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01. 하지 마라 - 아이가 무슨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을 선택하기만 하면 곧장 "하지 마라!" 는 명령이 날아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이 하는 일은 무엇이나 옳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믿을 것입니다. 여기서 내면화된 결정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나는 실수할 것이 두렵다. 나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02. 없어져라 - 이는 가장 치명적인 메시지입니다. "너 같은 것은 안 태어나는 게 더 좋았다. 그랬다면 이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이런 메시지가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표현될 때의 내면화된 결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뭐든 되는 일이 없다. 나 같은 건 죽어야 한다. 난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다." 

03. 가까이하지 마라 - 신체적·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부모, 가까이 갔으나 "귀찮다. 저리 가"하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가 무엇을 느끼겠습니까! 어떤 아빠는 애교를 떠는 딸에게 "공부도 못하는 게! 저리가 공부나 해!"라고 호통을 쳤답니다. 그런 아이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될 때 자녀의 마음에 내면화된 결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면 사람들은 나를 떠나고 거절할 것이기에 나는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하면 내가 상처를 입기에 나는 그 누구하고도 가까이하지 않고 다시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버림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릴 것이다."

04. 어린애처럼 굴지 마라 - 아이들이 아이들같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너는 왜 그리 어린애처럼 구니?"라고 하면 아이는 아이만의 특권인 천진난만한 자연스러움을 억압하고 어른아이, 애늙은이처럼 자라게 될 것입니다. 대개 이런 요구는 큰아들이나 큰 딸에게 더 강요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내면화된 결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항상 성숙한 행동을 할 것이며 유치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늘 어른스럽게 행동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돌봐 줄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05. 성장하지 마라 - 성장하지 말라는 부모의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아기를 넘어 성장하지 마라. 성장하지도 말고 나를 떠나지도 마라." "아이로 있어라. 그리고 성장하지 마라." 이런 금지는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무서워하는 부모들이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내면화된 결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거부하지 않도록 나는 남자다워지지 않을 것이다. 부모에게 귀여운 아이가 되려고 나는 꼬마로, 그리고 무력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06. 성공하지 마라 - 부모가 항상 아이를 비교하고 기를 죽이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그 마음에 생길 것입니다. "너는 그것을 할 수 없다." "너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이럴 때 형성되는 내면화된 결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원래 바보이고 실패자이다." "죽더라도 내가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다." "내가 얼마만큼 훌륭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훌륭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07. 너는 매사에 부족하다 - 이 메시지는 "너는 잘못된 놈이다. 네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무엇 무엇이 되었어야 했다." 이런 반응을 자녀가 수용하면 그 아이는 부모의 인정을 얻으려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이때 생겨나는 내면화된 결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이눔ㄹ이 되든지 절대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할 것이다. 하나님도 죽도록 충성하라 하셨으니 나는 죽도록 일할 것이다."

08. 어떤 아동은 신체적으로 아프거나 미친 행동을 할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내면화된 결정들은 아이를 정신질환이나 심인성 질환 환자로 만들게 됩니다. "나는 미친 짓을 해야 주목을 받는다." "나는 미쳤다. 나는 아파야 한다."

09. 너는 더욱 잘해야 한다. 너는 보통이 되어선 안 된다 - 아이가 보통사람으로 크는 것을 못 보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혹은 자녀가 어떤 일을 잘해야만 칭찬을 하고 평소에는 칭찬과 격려가 인색한 부모가 있습니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게 될 때 생겨나는 내면화된 결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완전해야 한다. 나는 초인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아이는 성장하여 완저눚의자로 자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말들이 내면화된 결정은 내적 신념이 되어 마음에 깊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왜곡된 사고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우리가 잘 하는 고정관념이라는 말도 결국은 불합리한 내적 신념과 같은 말입니다. 이런 말들은 한 사람의 인생관과 자존감,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어김없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출발부터가 건강하지 않았기에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아주 주목할 만한 책 한 권이 있습니다. 할 어반(Hal Urban) 이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우리말로는 「긍정적인 말의 힘」으로 번역된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는 말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말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가 친밀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하고 사는지 우리 스스로는 모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입만 열면 먹고 마시고 말하는게 삶입니다. 그런데 말은 그냥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다에 수로가 있고 하늘에도 항로라는 것이 있듯이 말 역시 말하는 '법'이 있습니다. 말이 통하는 세상은 사막이나 북극이어도 행복합니다. 그러나 말이 불통이면 그곳은 지옥입니다. 결국, 부모의 애정과 말이 한 사람의 자아상을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변상규, 자아상의 치유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