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의/  편/ 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2019년 5월 8일(259호)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한결같이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식에서 맺는 언약의 위력을 알고 결혼하는 부부는 거의 없다. 그것은 약속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맺는 언약이다.

언약을 맺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시에는 인생의 모든 색깔이 장밋빛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언약의 맹세에는 두 가지 색깔이 언급되지만 당사자들은 오로지 한 가지 색만 생각한다.

혹여 결혼 생활에 석연치 않은 색이 섞일 수 있음을 예상한다 해도, 나쁜 일은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하고 난 뒤에 서로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라온 환경도, 결혼에 대한 기대와 필요도 너무 달랐고,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결혼 생활을 힘들게 유지했다.

나는 결혼 전에 누렸던 자유를 포기하고 체념한 채 살았고, 그런 나를 보며 아내 역시 불안해했다.

하지만 기질적인 차이에서 오는 위기는 대화로 얼마든지 풀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극복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질병이 우리 가정을 휩쓸 것이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2005년 8월 10일 그 한여름에, 막내 젖을 먹이던 도중에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어떤 전조도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와 모든 삶을 한순간에 바꾼 '쓰나미'였다.

그렇게 다정했던 사람이 단번에 말을 잃었다. 행동이 멈췄다. 그 병은 우리 부부의 관계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바로 이와 같은 현실, 결코 바라지 않던 현실은 우리가 무심코 고백했던 결혼 서약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쳐 준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어떤 상황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배우자에게 헌신하는 것이 언약적인 사랑이다.

구약학자 엘리자베스 악트마이어(Elizabeth Achtemeier)는 언약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매우 자세하게 설명한다.

"나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당신이 내일 소경이 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당신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서로 싸우며 화낼 때가 있겠지만, 금방 화해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 같을 때, 당신을 이해하고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결혼 생활이 지루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을 때,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음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언약의 의미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그 약속을 깨뜨릴 수 없다.

나는 약속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달라진 상황에서 아내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어야 했다.

정서적으로 외로움이 많은 건강한 남편은,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병든 아내에 대한 충성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목사인 나는 결혼 주례를 자주 하는데, 어느 결혼식에서 새로 부부가 되는 이들을 향해 이런 말씀을 선포했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 성격 차이도, 경제적인 위기도, 배우자의 부정도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질병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나님은 아내의 질병에도 불구하고 그분 앞에서 나와 아내가 맺은 언약을 평생 지켜 갈 것을 요구하신다.

김병년, 바람 불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