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사람은 항상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고, 서로 종노릇하고, 피차 복종하면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에 따라 행동하려고 합니다.

 때로 "다른 사람들이 지혜나 거룩, 타고난 재능, 받은 은혜에 있어서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자신보다 낫게 여길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 질문은 실제로 마음을 낮추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단번에 보여줍니다.

 참된 겸손은 하나님의 빛 가운데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나님이 모든 것이 되시도록 자신과 결별하고 자신을 떠나보내는 데 동의할 때 찾아옵니다. 이를 행하고 주님을 찾는 가운데 자신을 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 영혼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자신에 대한 모든 생각을 포기했으며,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서 이웃들을 만나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습니다. 그런 영혼이야말로 진정 하나님의 종이며 하나님을 위해 모든 사람들의 종이 된 사람입니다. 신실한 종은 주인보다 지혜로울 수 있으나 종으로서의 참된 정신과 자세를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가장 연약하고, 가장 자격이 없는 하나님의 모든 자녀를 왕의 아들의 명예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고, 높이고, 귀하게 여깁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주님의 영이 우리를 다른 사람의 종이 되게 하고, 가장 낮은 자가 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게 만듭니다.

 겸손한 사람은 질투나 시기를 느끼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이 더한 복을 누릴 때도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그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칭찬을 받고 자신이 잊히는 듯한 말을 들어도 견딥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바울과 같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고후 12:11)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자신을 기쁘게 하거나 자신의 영예를 구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의 영을 받은 자입니다.

 동료 신자들의 실패나 죄로 인해 나타나는 조급함과 과민함, 냉혹한 생각이나 날카로운 말들의 유혹 속에서도 겸손한 사람은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골3:13)라는 명령을 자주 되새기고 가슴속에 지니고 다니면서 그것을 삶 가운데 나타내 보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로 입는 것이 곧 긍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을 옷 입는 것을 배운 자입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취하셨으므로 예수님과 같이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겸손한 사람의 겸손은 단순히 자기비하의 생각이나 말이 아닙니다. 바울이 표현한 대로 긍휼과 자비, 온유와 오래 참음으로 채워진 겸손의 마음, 즉 하나님의 어린 양이 가진 표지로 인정되는 감미롭고 겸손한 온유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다 고귀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경험하기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 더 인간적이고, 더 인간미 넘치는 덕목으로 불릴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기뻐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 예로 대담함, 기쁨, 세상을 경멸하는 것, 열심, 자기희생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과거 스토아 철학자들이 가르치고 실천했던 내용들입니다.

 한편, 더 깊고, 더 부드러우며, 하나님의 성품과 천국의 특성에 더 가까운 은혜들을 예수님이 먼저 이 땅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이런 은혜들을 천국에서 가져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 영적인 가난, 온유함, 겸손, 낮아짐과 두드러지게 연관된 주님의 가르침에 대해서 사람들은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가치 있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을 덧입어야 합니다. 잃어버린 자들을 구원하는 열정뿐 아니라 그리스도와 같이 서로를 오래 참고 용납하면서 모든 사람 앞에서, 형제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닮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앤드류 머리, 겸손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