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 땅에 도착했을 때, 하나님이 중요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도피성을 준비하라 하신 것입니다. “사람을 잘못해서 죽인 자가 있다 하자. 그가 사형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만일 부지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가 있다면 그가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도피성을 마련하라.”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이 도피성은 새로운 약속의 땅에서 여섯 군데 세워집니다. 요단강을 중심으로 해서 동편에 3곳(베셀, 길르앗라못, 골란) 요단강 서편에 3곳(게데스, 세겜, 헤브론)이었습니다. 이 여섯 개의 지명에 의미가 있습니다. 게데스는 거룩한 곳(성소)를 뜻합니다. 새겜은 어깨라는 뜻입니다. 헤브론은 친교, 동맹이라는 뜻이고, 베셀은 요새라는 뜻입니다. 길르앗 라못은 높은 고지라는 뜻입니다. 골란은 기쁨입니다. 이름들 자체가 모두 예수님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메튜 헨리(Matthew Henry)라는 성서학자에 의하면 이 지명들은 바로 그리스도의 속성을 보여줍니다. 게데스는 성소로서 성전 되신 그리스도(요 2:19)를 뜻하고, 세겜('어깨')은 정사를 어깨에 멘 예수 그리스도를(사 9:6), 헤브론('교제')은 성도들을 하나님과 교제하게 하시는 그리스도를(고후 5:18, 19), 베셀('요새')은 성도들이 피할 성이 되시는 그리스도를(시 91:2), 길르앗 라못('높은 곳')은 성도들을 높은 하늘에 앉게 해주시는 그리스도를(엡 2:6), 마지막으로 골란('기쁨')은 성도들에게 기쁨을 주시는 그리스도를(요 15:11) 상징합니다. 결국 이 도피성은 교회의 모습을 예표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교회처럼 구별하신 도피성에 하나님께서 담으신 사랑이 있는 것입니다.

  첫째, 도피성에 들어온 자는 은혜의 수혜자입니다. 도피성에 들어온 자는 본래 은혜에 합당하지 않는 자입니다. 그는 분명 살인자입니다. 그럼에도 받아주시는 은혜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말로 죽이고 마음으로 죽였습니까? 혹시 나는 피해자라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 마음에서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죽이고 있습니다. 주님은 그런 우리에게 살 길을 열어주셨고, 주님의 도피성으로 불러주신 은혜의 수혜자인 것입니다.

  둘째, 도피성은 주님의 피난처입니다. 피난처, 즉 안전히 보호를 받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이 성읍에 도달한 자는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그 성읍에 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는 어떤 피의 보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도 이 사람을 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이 성에 있었던 것입니다. 교회는 바로 주님께서 보호하시는 곳입니다. 누구든 찾아와 피신하고 누구든 보호를 받고 쉼을 얻게 하시는 모임인 것입니다. 누구도 차별이 없고 어떤 귀천도 없습니다. 9절에, 거류민들-이방인 나그네조차도 차별이 없었습니다. 누구든 그 곳에 도달한 자는 우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신성불가침 구역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교회에 속한 이들은 하나님의 보호하심 아래 있습니다. 또한 서로 보호하고 도와가며 생명을 지켜가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도피성에는 죄 씻음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부지중에 실수로 살인한 자라도 살인자는 살인자입니다. 그가 재판을 통해서 살인이 비고의적인 것이라고 판명이 나면 그는 이 도피성에서 대제사장이 죽는 날까지 거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즉 그 곳에서 지내다가 대제사장이 죽은 후에는 자유의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속전(贖錢, 죄를 사하는 값)이라 합니다. 죄의 값을 치른 것을 말합니다. 대제사장의 죽음이 죄의 값인 속전이 되어, 살인죄도 사함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큰 은혜가 바로 씻어주심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이 도피성에서 지내기 위한 요건이 있었습니다. 첫째, 회개와 고백입니다. 누구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도피성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 문어귀에서 죄 고백의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도피성에 이르렀다면 무엇보다 우선 진실되고 정직한 참회의 고백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겸손과 사랑의 마음입니다. 도피성이라는 말의 원어는 ‘미클라트’입니다. 그 뜻은 수용,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수용입니다. 온유도 수용입니다. 겸손이야말로 죄 사함을 받은 자가 지닌 낮아짐의 수용입니다. 그 겸손이 자라나 사랑을 이룹니다. 용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뜻, 용서와 사랑이 바로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성령님이 여러분의 마음을 만지시고 도피성에 담은 하나님의 사랑, 그것을 깨달으며 겸손과 사랑의 자리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사순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