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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권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읽어라

                                                                                                                                                                  2018년 5월 4일(160호)

 고아가 된 엘리너는 할머니 집에 살면서 책이 세계에 빠져들었다. 할머니는 짓궂게도 엘리너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 때때로 두려움에 빠뜨리기도 했다. 할머니는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대신 서재에 있는 책은 뭐든 읽을 수 있게 했다. 서재에는 신학 관련 서적이 많았다. 여기서 엘리너는 프랑스 화가인 구스타브 도레가 그린 성경책을 접했다. 영국의 소설가인 찰스 디킨스와 월터 스콧의 작품에 빠져든 것도 이때였다.

엘리너는 자신의 10대 시절에 가졌던 배움에의 열정을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무엇보다 엄마가 아이들의 책 읽기를 지도하려면 먼저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머니가 책을 읽은 상태라야 아이와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도 그 책의 수준을 알아야 책 읽기를 조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너는 가장 먼저 고전을 추천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서와 그리스 비극 작품을 권하고 역사서나 예술서, 철학서, 전기를 읽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훌륭한 소설과도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특히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추천한다. 그 책에는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구절은 엘리너의 좌우명이 되어 주었다. 책은 지식의 배경을 확장해 줄 뿐만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과거의 지적 뼈대를 훑어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하다.

 엘리너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읽느냐가 아니라 읽은 것을 소화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독서는 우리 내부에 잠들어 있는 심상과 느낌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 심상은 우리의 정신 안에 깃들어 있으면서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고 우리를 흥미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독서를 한 뒤에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의 독단에 빠질 수 있다.

 그녀가 독서 못지않게 좋아했던 방법은 암송이다. 시를 좋아한 엘리너는 옷을 입거나 벗을 때면 큰 소리로 시를 외우곤 했다. 그녀가 다닌 학교의 프랑스어 교사가 틈만 나면 학생들에게 신약성서 구절을 프랑스어로 암송하게 했다. 또 8줄 정도 되는 프랑스 시를 낭송한 다음 학생들에게 따라 읽고 암송하게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엘리너는 생활 속에서도 시를 암송하는 버릇이 생겼다.

성경을 프랑스어로 암송하던 습관은 그녀가 열다섯살 때 영국 런던 인근의 기숙학교인 엘런우드에 들어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줍음이 많던 엘리너는 새로운 유학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과 두려움이 앞섰다. 이때 큰 위안이 된 것이 다름 아닌 암송이었다. 프랑스어 실력을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칭찬받고 사랑받는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엘리너는 이 학교에서 수베스트르 선생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의 도움으로 엘리너는 침착하고, 자신만만하고, 용감하고 성실하며 진실한 사람으로 변한다. 여기서 사랑과 관심과 격려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이 학교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한번은 역사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과제물을 낭독할 때였다. 선생이 그만 중단시키고 과제물을 빼앗아 찢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과제물에 담지 않고 교사가 가르쳐 준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는 이유였다.

 엘리너는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면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고 말란다. 이처럼 책을 읽을 때에는 무엇보다 내용을 바탕으로 연상하고, 상상력을 발동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아가 자신만의 생각과 의견, 관점을 덧붙여야 비로소 생각의 살이 차오르는 것이다.

*엘리너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의 부인

                                                                                     최효찬,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