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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과 나니야 연대기에 숨겨진 이야기 2

2017년 1월 19일 (131호)

반지의 제왕 작가 J.R.R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는 기독교 색채를 작품에 드러내는 데 차이를 보였고, 이런 차이로 인해 루이스와 톨킨은 가끔 충돌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루이스는 <16세기 영국 문학>이라는 책에서 천주교 신부들을 ‘패피스트’ (papist)¹ 라고 부르며 비판하고, 루이스가 미국인 과부와 결혼하자 톨킨과의 사이가 나빠지기에 이릅니다. 이는 톨킨이 속한 성당에서 과부와의 결혼에 대해 부정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톨킨은 루이스에게 과부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충고하였지만, 루이스는 톨킨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친분을 만들어 톨킨을 포함한 옛 친구들과 의절할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서로 마주하는 일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할 때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이였습니다. 루이스가 SF소설 <침묵의 행성 밖에서>를 출판할 당시, 톨킨은 루이스에게 출판사를 소개해주었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의 서막인 <반지의 원정대>가 출판될 때, 루이스는 <반지의 원정대>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라고 극찬했습니다. 비록 다른 종파로 인해 가치관의 차이를 보인 둘이지만, 인내와 배려를 통해 화합할 기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의 가치관으로 인해 만들어진 갈등은 영국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갈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역사의 순간은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통치 시절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스코틀랜드의 메리(Mary of Scotland)였다. 잉글랜드 천주교인들의 눈에는 메리가 왕좌의 적임자였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가 무능한 통치자는 아니었지만, 정통성의 명분을 세우는 천주교인들 때문에 메리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더구나 메리도 천주교인이었다). 메리의 존재를 방관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메리를 런던으로 유인해 그녀를 가두고, 몇 년 뒤에 처형시킵니다. 감금 중 메리는 제임스 6세를 출산하기도 하지만, 품에 안아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됩니다. 훗날, 엘리자베스 여왕은 스코틀랜드로 보낸 제임스 6세에게 잉글랜드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납니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제임스 6세는 런던으로 내려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재임하며 제임스 1세로 이름을 바꿉니다. 그러나 그는 환영받지 만은 않았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제임스 1세는 천주교 신자였는데, 엘리자베스 1세부터 잉글랜드는 개신교 사회였다. 이 때문에, 제임스 1세를 평가하는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나뉩니다. 그의 재임 동안은 평화가 유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어떤 이들은 ‘킹 제임스 성경’을 출판한 것 외에는 업적이 없는 무능한 왕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영국의 역사를 보면, 톨킨과 루이스가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입니다. 톨킨의 서신을 보면, 그가 루이스의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루이스의 책 <스크루테이프 서신>을 보면 ‘책을 J. R. R. 톨킨에게 바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종파의 차이로 사이가 틀어지기는 했어도, 서로를 파멸로 이끌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이 충분히 가능한 것을 이들의 우정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거진 리더십 코리아 2017 가을호 박민성 기자의 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