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과 시간의 의미” (요 11:5-16)

   만약 여러분이 사랑하는 친구가 보고 싶어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를 않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이십 분 정도라면 간단한 사과면 되겠지요.
   한 시간이 넘었다면 아마도 단단한 변명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두 시간이 넘었다면 ― 글쎄요, 요즈음 같은 세상에 두 시간이 넘도록 기다려 주는 친구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 ‘네가 내 친구냐?’,  ‘날 무시하느냐?’,  ‘절교를 하겠다’는 등 난리가 날 것입니다.

   오늘 읽은 본문말씀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다시 살려주시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그 이야기에 앞서서, 먼저 ‘지각’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친구 나사로의 집에, 두 시간이 아니라 무려 이틀―그러니까 48시간이나 지각하여 도착한 것입니다.  그것도 지금 나사로가 병들어 누워있는데,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라 죽을병에 걸려서 지금 시간을 다투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사실을 본인이 몰랐다면야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 13절에 보시는 바와 같이, 나사로가 병들어 누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예수님은 그가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소식을 전해 듣고도――또한 죽게 될 정도로 위급하다는 사실을 아시면서도――이틀 동안이나 더 지체를 하신 후에야 출발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사로의 여동생 마리아는 마중도 안 나올 정도로 마음이 편치 않았고,  마르다는 예수님을 보자마자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고 원망을 합니다.  말하자면 “당신이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달려와서 살아있는 동안에 도착하였더라면, 우리 오빠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하고 쏘아붙이고 있는 것이지요.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는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지금 이렇게 시급을 다투는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틀 동안이나 지체를 하시면서  떠나지 않은 그 이유가 단 한마디도 기록되어있지 않다고 하는 점입니다.

   가령 미국에 있는 사람에게 이곳의 누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보내었는데, 이틀이나 지체를 했다면 거기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가령 비자를 못 받았다든지, 비행기 표를 못 구했다든지,  또는 저 같은 경우라면 전갈을 받은 그날이 만약 토요일이었다고 한다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그 다음날 주일 강단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와 같은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틀이 지난 후 월요일에 떠났다든지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본문의 전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무슨 급한 일이 있었다거나 변명거리가 될 만한 사유들을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예수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다분히 고의적으로―의도적으로 이틀 동안이나 더 지체를 하시다가 길을 떠났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자연히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안타깝게 기다리는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의 애타는 마음을 알면서도 왜 일부러 늦게 가셨을까?
   다른 사람들은 다 도와주시면서 왜 가장 가까운 친구한테는 이토록 무심하실까?
   성경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평소의 행동은 결코 우유부단하거나 머뭇거리는 분이 아니신데, 왜 이렇게 위급한 때에 오히려 늦장을 부리셨을까…?

   오늘 본문 15절에 보면, “내가 거기 있지 아니한 것을 너희를 위하여 기뻐하노니, 이는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분명히 예수님은 어떤 뚜렷한 의도가 있어서 이틀 동안이나 지체를 하셨고,  또 본문을 기록하고 있는 요한도 곧바로 나사로를 다시 살리시는 그 중요한 장면을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이렇게 지체하고 있는 사건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바로 여기에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여러분은 이 본문이 주는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