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통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널리 통하는 생각”을 뜻합니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인데, 이 통념이 꼭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이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 본문의 마리아는 이런 통념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대부분 유명한 미술품에서 마리아의 이미지는 상당히 거룩한 것으로 강조되어 있습니다.

​한 손에 백합을 들고 머리에 하얀 베일을 쓴 마리아는 천상의 여왕 같으며 신적 수준의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성경의 마리아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땅, 힘든 세월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만을 기다리고 버텨오는 우리의 모습과 사뭇 비슷합니다.

본문에는 이런 마리아의 결혼 전 모습이 나옵니다.

​요셉과의 약혼 기간 동안, 순결을 지키며 혼인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마리아에게 어느 날,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받아들이기 힘든 황당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네가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31절).

​유대인들의 통념상 이는 돌로 맞아 죽어도 묵인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처녀가 애를 낳는다는 수치스러운 사건 앞에 놓인 마리아는 이와 같은 사실만큼이나 놀라운 결단을 합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절). 도대체 이런 용기는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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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라는 단어, ‘courage’는 어원의 의미상 내 심장을 드러낸다는 말입니다.

​이는 두려움을 극복이나 맞서는 것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렵다고 느껴야 하며, 두려움의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인정할 때, 용기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내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 용기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았습니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이 말 속에 마리아의 자기인식과 태도가 녹아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비난을 하든 상관없다! 내가 알고 하나님이 아신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신앙인은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관, 통념을 넘어섭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됩니다. 이 때,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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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뒤에는 마리아의 마음이 담긴 마리아 찬가가 나옵니다(46-55절).

이 노래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중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긍휼’입니다. 특히, 긍휼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라함’은 태아를 품고 있는 자궁을 가리킵니다.

​자궁은 그 태아가 자라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기능들을 갖출 수 있을 때 까지 품어줍니다.

​하나님의 긍휼이 바로 이것입니다. 마음을 쓰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희생하고 동참하시는 행동입니다.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피 흘리고 죽으시는 행동입니다.

​긍휼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넘어선 하나님의 의지입니다. 마리아는 이 긍휼을 알았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 있었고 두려움과 수치심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소리 높여 노래합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습니다”(48절).

​나 같은 수치덩어리도 하나님이 용납하십니다. 인정받으려고 기를 쓰는 나, 이런 나도 하나님 받아주십니다.

​낮은 자존감과 외로움으로 혼자서 괴로워하는 나를 하나님이 안아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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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마리아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마리아의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 되어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이 믿음 안에서 용기가 생깁니다

. 나의 수치를 이겨낼 용기를 주십니다. 이 용기가 여러분에게 있습니까? 우리 죄를 드러내면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